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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경제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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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30주년, 검은 호수 효과

     

2024년 10월 10일, 시흥과 안산을 잇는 시화방조제의 끝, 시흥시의 거북섬에서는 시화호 3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검은 호수, 시화호의 모습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 2000년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하면서 해수유통을 시작하였고, 2011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력발전소가 끊임없이 해수를 순환시켜서 오염수를 희석하고 있다. 물론 시화호 바닥에는 축적된 오염물이 상당하다고 알려졌지만, 1996년 검은 호수에 비하면 현재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수유통으로만 시화호의 수질을 설명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이야기에 불과하다. 해수유통을 요구한 시민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화호 살리기에 전념하였다.

     

생겨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생겨난 썩은 호수를 처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충격적인 비주얼 덕(?)에 많은 국민들이 간척사업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시화호를 꼽았다. 이러한 이미지는 지역의 경제와 삶의 질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시화∙반월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시화호 지역은 이미 많은 노동자가 이주해 있었고, 배후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악취로 인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화호지킴이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거버넌스에 참여하여, 30년이라는 시간을 봉사하며 갯벌을 모니터링하고 시화호 수질 개선과 생태적 복원을 요구하였다. 습지를 조성하고, 공업단지에서 흘러드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자들과 함께 공단 업체를 전수조사하는 등 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였다. 그 결과 1996년 17.4 ㎎/ℓ에 달하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현재 2~3㎎/ℓ 정도로 개선되었다. 지금은 시화호 인근에 람사르 습지가 지정되고, 철새들이 날아들어 새로운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시흥시의 경우 관곡지와 이어진 호조벌 등 갯골이라 불리는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은 습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저어새가 찾는 건강한 논들이 존재한다. 어찌보면 죽음의 호수가 외치는 마지막 호소를 들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쾌거일 것이다.

     

끊어지지 않는 개발의 고리, 인구감소 시대에도 유효한가.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수도권에서 개발 압력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시화호 수질 개선 사업을 위해서 개발사업과 타협을 한 결과 지금의 거북섬 MTV 지역이 탄생하였고, 화성 송산그린시티 역시 그 결과이다. 그러나 개발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수도권 제2순환도로의 고리가 완성되기 위해 배곧과 송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선거철마다 등장하여 갯벌을 보존하려는 환경운동가들과 마찰을 빚곤 한다. 얼마 전에는 송산그린시티에 대규모 국제테마파크 개발을 하겠다는 대기업의 사업계획이 발표되었다.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불가능하지 않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이 등장하였고, “녹색성장”도 곁들여 졌다. 환경을 관리하면서 경제성장도 할 수 있다는 꿈을 꾼 지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악이라고 여겨지는 개발사업 중 상당수가 사실은 장기적 생태계 파괴에 비해 경제적 효과를 지속하지 못하는 적자 상태로 남겨진다.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나 도시에서 여전히 성장시대의 계획에 환호를 보내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일이 얼마나 타당하지 않은가를 수많은 개발사업의 실패에서 보지 않았는가. 전북 새만금의 배후도시 인구 30만이 가당키나 한 계획이었던가. 세수 감소에 직면한 국가가 빚더미에 올라있는 지방 공항들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인구감소로 인해 도시창생 계획을 새롭게 만들어 간 일본의 사례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선진적 유럽 도시들을 보며, 우리나라에 적합한 새로운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의 모델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아름다운 국토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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