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 박숙현
- 2018년 1월 8일
- 3분 분량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제가 연구소를 개업하려 할 즈음, 경영에 관한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결론은, 분명히 수요가 많이 발생할 분야이긴 하지만 "성업"할 시기까지 잠재적 역량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동안 버텨낼 수 있느냐 였습니다. - 현재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기는 합니다. (쿨럭) - 그러나 제가 그 컨설팅을 들으면서 크게 배운 점은 "생애주기"였습니다. 어떤 회사이든 시작해서 성장기를 거쳐서 피크에 이른 뒤 어느 순간 소멸의 시점이 온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고, 혁신과 변화를 거듭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시는 어떨까요? 도시도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거칠까요?
과거처럼 전쟁으로 폐허가 되지 않는 한 영속할 것 같은 도시였는데, 도시도 결국 소비자에 맞춰 탈바꿈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자는 당연히 도시로 이주한 많은 주민들이겠지요. 도시의 생명은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끊임없는 매력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일자리의 기회, 문화적 기회, 주거의 편리성 및 적절한 물가 등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도시는 점차 소멸의 과정을 겪습니다.
도시의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시공학자들이 말하는 도시의 회복탄력성은 재난이 왔을 때 그 도시가 원래의 상태로 빠르게 복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생태)공학적인 시도로서 홍수방재나 태풍, 지진 등 자연재난에 대비하는 시설을 만들거나 생태적 특성을 강화해서 회복성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도시의 회복성이 근본적으로는 그 도시의 생애주기를 확장시켜주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회복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재난과 같은 물리적 위험에 못지 않은 것은 도시가 가진 다른 위험성들입니다. 예를 들면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슬럼이 형성 된다면 그 도시는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그곳에 남을 사람들이 얼마되지 않을 것입니다. 생물다양성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직업군이 공존하지 않는다면 특정 업계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 도시는 유령도시가 됩니다. 저는 이런 사례를 미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러스틱 벨트라 불리는 중부의 자동차 중심의 도시들이 그런 예입니다. 특정 업체에 의해 경제가 돌아가는 도시들은 그런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이 발달한 도시가 조선업 위기가 오자 매우 위기에 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듯이, 특정 업계가 주도하여 성장한 도시들은 그런 위기가 왔을 때 도시의 회복력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유발하라리가 말했던 인공지능의 시대(많은 직업군이 사라짐)를 대비하여 도시들은 어떻게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요? 일자리의 기회가 없어지고, 환경의 질 저하로 인해 삶의 질도 나빠지는 도시가 여전히 이주의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요? 인구는 줄어들텐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미래 도시의 매력은 딱 한가지로 남습니다. 인적자원입니다. 높은 교육의 기회로 만들어진 인적 수준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도시의 잠재성입니다. 물론 전쟁이나 질병, 자연재해 등 물리적 위기가 오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란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많은 사람들을 엮을 수 있느냐 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도시의 인적자원을 어떻게 함께 움직이게 하느냐가 지속가능성의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각자도생하거나 타인을 이용해 자신만 경제적 이득을 보는 방식으로는 도시가 매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가 참고하고 있는 성공적인 전환마을 사례들은 대부분 이러한 인적자원이 잘 활용된 사례들입니다. 어떤 지자체 공무원들은 모든 것이 귀찮고, 참여가 뭘 의미하는지 조차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런 지자체는 곧 닥쳐올 위기에 대해서 전혀 준비하지 않아서 소멸의 길을 걸을 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상황판단을 못하고, 예측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사업을 "시켜서" 매우 수동적인 사업을 지속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자발적인 모임들이 발생하고,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있는 곳이 회복력이 높은 도시가 됩니다. 그럼 답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돈을 쓰지 않고도 공동체 활동을 할만한 사람들을 이주시키면 됩니다. ^^ 그런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곳에 모일까요? 자신의 편의만 내세우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그런 활동이 가능할까요?
예전에 환경운동가들에 대해 역추적한 연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연구의 시작은 이런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연 환경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일까?" 몇 가지 중에 중요한 점은 그들이 생태적 경험을 하고 자랐으며, 그들의 성장기에 환경에 관한 의식을 심어주는 어른들이 주변에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공동체의 중요성이나 생태적 건강성에 대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자발적인, 즉 쓸모있는 인적자원도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교육이나 공동체 교육, 환경교육은 시민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운동가들을 비난합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왜 자꾸 보전하려고만 하느냐, 개발을 해야 먹고 살지!" 이렇게 말입니다. 앞으로는 자원의 부족 뿐만 아니라 환경의 한계요소로 성장이 멈출 것입니다. 발전이라는 것이 끊임없는 자원의 공급으로 발생한다고 믿었던 과거에는 그 자원이 무한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자원의 유한성과 소비의 한계로 인해 질적 개선만이 유일한 발전의 길입니다.
환경운동가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은 메이커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임을 하고 있고, 여러 파트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핵심에는 그런 운동을 확산하고자 노력하는 활동가 혹은 리더들이 꼭 있다는 것이지요. 도시의 매력을 유지해 주는 인적자원 중 최고급 인적자원은 이런 공동체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임을 머지 않은 시대에 발견할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 박숙현




댓글